기사 관련 정보- 기자, 릴리안 스톤
- 기자, BBC 워크라이프 기자
2023년 12월 23일
어떤 미국인들은 조명과 설치물 등에 수천 달러씩 써가며 크리스마스 연말 장식에 정성을 기울인다. 이들이 수년간 장식물에 쏟아부은 돈은 가히 충격적이다.
수제 조각상, 거대한 LED 화면, 반짝이는 조명은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연말 크리스마스 장식의 주 요소다. 이런 일에 진심으로 매진하는 사람들은 연말 장식에 수천 달러의 자금과 많은 노동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연말연시에 으리으리한 장식물을 설치하는 문화는 이제 비단 미국만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을 가진 미국인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이들은 동네를 통일된 느낌으로 장식하는 것보다는 외지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특색 있는 장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수십년간 장식에 들어가는 소품을 모으거나, 누적 투자액이 수십만 달러에 달하기도 한다.

마이크 배그웰, 52세: 13만 달러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마이크 배그웰의 조명 장식을 보러 갈 때는,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가는 것이 좋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수많은 차량들이 배그웰이 2002년부터 연출해 온 이 장관을 보려고 몰려든다. 그래서 한 시간 이상 차량 행렬에 갇힐 수도 있다.
주요 전시 공간은 약 2미터에 걸쳐 펼쳐진다. 배그웰이 현재 사는 집과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다. 그는 이 구역에서 연말 분위기를 내는 데 참여하고 싶은 이웃들에게도 조명 장식을 지원한다. 직접 조명 조달과 조립, 철거, 장식 공간의 나뭇잎을 모으는 일 등을 함께 하는 것이다.
식품 기업에서 제어 시스템 개발자로 일하는 배그웰이 지난 몇 년간 연말 장식에 쓴 돈을 합하면 13만 달러에 달한다. 그의 장식물에는 많은 조명이 들어간다. 핵심 장식에는 약 3만 개의 일반 전구와 8만개의 픽셀(전구 안에 3개의 개별 LED 조명이 있는 전구) 등 총 27만 개의 전구가 있다. 그는 장식물 수리 및 개선에 매년 3000~5000달러의 예산을 책정한다. 그리고 12월 한 달 동안 집 2채 규모 장식물에 들어가는 전기의 평균 요금은 약 500달러다.
배그웰은 “집에 쓰는 돈보다 크리스마스에 쓰는 돈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장식물은 늘 고장이 나서 수리가 필요합니다. 풍선인형 모터와 픽셀, 전구 등이 특히 손이 많이 가죠. 그리고 핵심 장식엔 많은 기술이 들어가서 마치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아요.”
공장과 비슷한 이유는 장식물이 배그웰이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한 지역 라디오 방송국 쇼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은 자동차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배그웰의 풍선 조형물과 조명, 애니매이션 캐릭터가 박자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배그웰은 “무언가를 만들고 커뮤니티가 함께 모일 수 있고 사람들이 웃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멜리사 베슬러, 39세: 5만 1000달러
멜리사 베슬러는 연말이 다가오면 부모님과 두 자녀가 함께 살고 있는 일리노이주 틴리파크의 집을 한 달에 걸쳐 장식한다. 베슬러는 “(장식은) 가족의 행사”라고 말했다. “할로윈 다음 날부터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장식을 준비하죠.”
베슬러가 말하는 “가족”이란 부모와 성인이 된 자녀들, 혼인 관계로 맺어진 이들에 조카들까지 모두 포함한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약 1만 5000개의 전구와 150개의 플라스틱 장식품(빈티지 마켓에서 수백 개씩 팔리는 미드센추리풍 야외 장식)들로 구성된 연말연시 장식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미는 베슬러의 아버지이자 은퇴한 일흔 살 목수인 릭 에스포지토가 직접 손으로 만든 400여 개의 인형이다.
에스포지토가 장식을 위해 캐릭터 인형을 처음 만든 건 34년 전이다. 당시 그는 1951년에 나온 스톱모션 만화 ‘하드록, 코코, 조’를 소재로 합판 피규어 3개를 조각했다. 그 이후로는 원형 관람차나 스키 리프트 같은 소재로 수제 조형물을 만들었다. 에스포지토는 “한 번에 조금씩 추가해 나갔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만들고, 몇 년에 걸쳐 다듬고, 계속 추가하는 식이었죠.”
전통을 이어가려면, 베슬러 가족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들은 장식에 매년 평균 1500달러 정도를 쓴다. 여기에는 12월 전기요금 300여 달러와 장식물 수리비가 포함된다. 에스포지토는 “올해만 해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차를 수리하는 데 약 600달러를 썼다”고 말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베슬러는 이베이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다른 재판매 플랫폼을 뒤져 수리용 부품을 찾는다. 그는 “3D 프린터로 부품을 다시 만들어 주겠다는 여성을 찾아내서 우리 장식물의 코와 눈을 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에스포지토 가족은 이웃들이 북극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예산도 책정한다. 편지를 모을 우체통은 직접 나무를 조각해 만들었다. 사람들이 답신을 받을 주소를 적어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산타클로스가 손글씨로 쓴 답장이 도착한다. 이 가족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우편료와 기타 재료비 등으로 약 500달러를 쓴다.
베슬러의 어머니인 신디 에스포지토는 이 전통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도나 금액을 정확하게 따져보지는 않지만, 우리가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 아이들은 37세에서 45세 연령대이고, 그들의 친구들이 평생 이곳을 찾고 있죠. 이제 그 친구들이 다음 세대인 자녀들을 데려오고 있는데, 정말 반가운 일이랍니다.”

존 메이너드, 65세: 1만 달러
존 메이너드는 딸 루시가 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딸과 연말 전구 장식을 해왔다. 이제 루시는 33세가 됐고,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있는 메이너드 가족의 집에서는 메이너드식 조명 장식이 전통이 됐다.
메이너드는 “우리 장식엔 불이 들어오는 피규어가 약 150개 있다”고 말했다. “사탕수수 조명도 25개 있고, 불이 들어오는 사슴도 다양하게 갖고 있어요.”
연말 장식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일부 사람들과 달리, 메이너드는 풍선 장식이나 다른 번쩍거리는 장치를 쓰지 않는다. 그는 조명에만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조명이 전기 요금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메이너드는 “다른 달보다 60~80달러 정도 더 나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메이너드는 연말 장식을 지속해오는 과정에서 항상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그는 “25년 동안 1년에 300~400달러 정도쯤 썼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쓴 것을 다 합치면 1만 달러 정도쯤 될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번에 나가는 지출은 크지 않았을 겁니다. 크리스마스 이후에는 75%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장식물을 구입할 수 있죠.”
메이너드와 그의 딸이 장식물을 조립하는 데는 약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는 “루시의 엄마와 또 다른 딸 로라는 우리가 장식물을 만들 때 돕지는 않고 옆에서 웃기만 한다”며 올해 올해 장식물 설치는 5일 정도 걸렸다고 했다.
27년 동안 이어져 온 이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메이너드는 “루시와 제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미닉 코왈치크, 40세: 20만 달러
시카고 지역 주민들은 2013년 도미닉 코왈치크가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 프로그램 ‘위대한 크리스마스 조명 전쟁(The Great Christmas Light Fight)’에 출연했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코왈치크의 연말 장식은 더욱 화려해졌다.
일리노이주 틴리파크에 있는 코왈치크의 집은 ‘TP 크리스마스 하우스’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연말 장식에는 무려 30만 개의 조명과 400개의 크리스마스 피규어가 들어간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17피트 길이 LED 화면에는 고전 영화 ‘크리스마스’의 장면들이 코왈치크의 장식을 촬영한 드론 영상과 함께 등장한다.
올해 40세의 코왈치크는 1996년부터 이런 식의 장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매년 친구와 가족으로 구성된 약 80명의 부대를 꾸려 장식을 만든다. 그는 “어떤 때는 집 앞에 말 그대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을 위해 매년 성대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있어요. 올해는 아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파티에 참석할 겁니다.”
코왈치크는 ‘벤모(페이팔의 결제 앱)’를 통해 지역 비영리 단체에 기부할 것을 권장하고, 장식물 앞에 기부함도 설치한다. 올해는 방문객들과 함께 시카고 남부 교외에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게더 위 코프(Together We Cope)’를 지원한다. 코왈치크는 “보통 3만 달러 정도의 기부금이 모이는데, 이는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왈치크는 지금까지 집을 꾸미고, 수리하고, 전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약 20만 달러를 지출했다. (그는 12월 한 달 동안 보통 600달러의 전기 요금이 나온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는 없는 비용도 발생한다. 코왈치크는 “연기 효과를 내기 위해 1년에 약 100달러 정도를 쓴다”고 말했다.

게리 가라베디안, 59세: 400만 달러
누군가에겐 호두까기 인형과 순록만 있어도 연말 장식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게리 가라베디안과 그의 여동생 린다에게 크리스마스 장식은 잘 차려입은 200개의 마네킹을 정교한 정교하게 배열하는 것을 뜻한다.
가라베디안의 집은 구어체로 ‘브롱크스 크리스마스 하우스’라고 불린다. 연말이 되면 많은 뉴요커들이 이 집의 아방가르드한 마법을 맛보기 위해 ‘어퍼 보로’로 모여들곤 했다.
가라베디안은 사적인 가족 행사가 연말 분위기의 대명사가 된 계기에 대해 “1973년에 어머니 넬리가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 기적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났고요.”
1973년부터 2019년까지 이 가족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작한 화려한 장식을 선보여왔다. 드라마틱한 스포트라이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쿠튀르 패션을 입은 마네킹 등이다. 특히 마네킹이 입은 의상 대부분은 수제 웨딩드레스 사업을 운영하는 게리와 린다(64세) 부부가 디자인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이곳의 연말 장식은 불을 켜지 못했다. 코로나19 안전 수칙 준수와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자녀들의 회복 문제가 원인이었다. 가라베디안 가족은 2024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이 집을 예전의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가라베디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는 한 세트에 약 28만 달러가 들어갈 정도로 거금을 작품에 투자했습니다. 단순한 아이템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되는 것이죠.”
최근 새롭게 추가된 요소가 없다 해도, 전체 장식에 들어간 투자 규모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가라베디안은 “장식품 대부분은 우리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가격을 매길 수 없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돈을 썼다”고 말했다. “1993년에 경찰 측에서 이 장식 세트의 가치를 400만 달러로 평가했습니다. 지금은 그 가치가 얼마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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